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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by Hanjun on Dec.21, 2007, under Barrel
왜 자기가 속한 계층을 대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고, 부자를 대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냐고 따지듯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직접적으로 풀어보면 가난뱅이 주제에 왜 이명박 찍었냐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가난한 사람이 명박이한테 투표하는건 병아리가 Colonel Sanders (KFC 창업자)에게 투표하는 것과 비견될만큼 멍청한 짓인가?
왜 병아리가 MB를 뽑았을까? 병아리라도 다 생각이 있는 법이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돈을 조금 빼앗아서 다시 뿌리는 방식으로는 아무 것도 개선할 수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가난뱅이도 약간 깨닫았기 때문이다. 어째서 돈을 뿌리는데 아무런 개선이 없을 수가 있나? 계산기 좀 굴려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1200만 근로소득자중 과세표준액 8천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소득자는 10만명도 안된다. 작년 건강보험료로 추산한 연봉 6억 이상 소득자는 천명밖에 안된다. 아무튼 연봉이 1억 이상인 계층. 계산하기 귀찮으니 넉넉하게 10만명이라 잡고, 이들의 평균 연봉을 2억으로 잡아보자. 이 사람들에게 90% 세율을 적용해서 평균 1억 8천만원씩 빼앗아다 1200만명에게 재분배하면 어떻게 될까? 1인당 연 150만원 규모 밖에 안된다. 연봉 2475만원(근로소득자 연봉 평균)이 2625만원 되었다고 갑자기 생활이 여유로워지고 행복해지나? 소나타 한대 대신에 그랜저 두대 살수 있나? 절대 아니다.
여기저기서 빈부 격차가 심하다고 앵무새처럼 떠들지만, 근로소득자만 놓고 봤을때 우리나라는 절대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가 아니다. 상위 1%가 전체 파이의 50% 정도를 가져가고 있어서, 이걸 빼앗아다 재분배를 하면 평균 연봉이 2배로 뛰는 정도는 되어야 빈부 격차가 조금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소득 근로소득자는 사실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35% 정도는 자영업자다. 자영업자는 근로소득자와는 다르게 경기를 심하게 탄다.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 소비가 위축되면 정말 죽을것만 같다가도, 경기가 호황이라 돈을 펑펑 써대면 금세 큰 돈을 버는게 자영업자다. 그런데 재분배를 통해 사람들의 지갑을 채워주는 것으론 소비를 활성화시키지 못한다.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근로자들이 돈을 많이 받고, 이들이 돈을 쓸 여건을 만들어 줘야 소비가 활성화 된다.
우리 집도 올해 낸 의료보험료가 1200만원 정도 되니까 그렇게 가난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부유한 편은 아니다. (지금은 간신히 거의 다 청산했지만 5년 전만 해도 현재 우리나라 평균 가구부채 3819만원의 30배가 넘는 규모의 부채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200~300만원 정도의 물건이 필요할 경우 별 고민 없이 그냥 산다. 음식점도 가격은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월 소득 100만원짜리 가구가 월 소득이 115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해서 백만원짜리 물건을 고민 없이 살 수 있을까? 1인분에 5만원 되는 고기집에 외식하러 가서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돈을 나눠 가지면 소비가 훨씬 더 침체될 수밖에 없다. 200만원 받던 사람이 215만원 받는다고 차 좋은거 사고 비싼 밥 쳐먹는거 아니니까. 그럼 자영업자들의 삶은 훨씬 더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돈은 어느 정도는 몰아 줘야 소비 활성화에 유리하다. 만명이 백만원씩 가지고 있어봐라. 아무도 차를 못산다. 하지만 만명중 백명에게 1억씩 몰아줘봐라. 차를 200대는 산다.
ps.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명박을 찍을 수 밖에 없다. 강남 대형평수를 기준으로 종부세 부담을 알아보자. 단순히 강남 주거용으로 30~40억이란 큰 돈을 들여 강남으로 이사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 주거용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예전에 10억도 안되던 시절에 들어왔고, 그 뒤에 투기용으로 강남권 아파트가 주로 거래 되면서 누군가가 수십억에 사고 팔고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종부세는 오래 전에 주거용으로 집을 구매했고, 집을 팔 생각이 없는 사람들한테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주거용으로 도곡 렉슬 60평 후반대를 12억 주고 분양 받아 들어온 사람의 경우를 보자. 지금 집값이 42억으로 올랐고 공시지가도 30억이나 된다. 공시지가가 14~94억 구간에 속하고 세율은 2%다. 공제금액 적용한 과세표준액에 세율과 적용비율 곱해서 이 사람이 내야할 종부세를 계산해 보면? 5천만원 가까이 된다. 집이 12억 정도 가치는 된다고 생각해서 빛을 몇억 끼면서 들어왔는데 남들이 42억에 사고파니까 세금을 그 만큼 내라? 그것도 매년 5천만원 씩이나? (게다가 그것도 오르고 있다!) 합당하다고 보나.
집값 올랐으니까 된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집을 팔때는 집 값이 오른 부분에 대해서 양도소득세를 털린다. 그런데 집값은 전국적으로 많이 올랐다. 그러니 지금 이 집을 팔면서 양도소득세를 털리고 나면 비슷한 급으로 이사를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매년 5천만원씩 종부세를 내면서 산다면 자기 집에 사는 의미가 없다. 35억짜리 자기집은 보증금 25억에 권리금 10억 + 월500짜리 월세랑 다를 바가 없으니까. 그런데 세상에 누가 이딴 월세 집에서 사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중복과세다. 집 값이 정상화 되지 않는다면 둘 중 하나는 철폐되거나 세율이 큰폭으로 낮아져야만 한다. 대통령 후보들은 다들 종부세를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어떤 후보가 가장 그 공약을 잘 지킬 것 같나? 땅박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나? 이명박이 압구정1동에서 79.3%, 도곡2동에서 77.5% (타워팰리스 주민들이 투표한 도곡2동 4투표소는 86.4%)나 되는 표를 가져간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