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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쿠터
by Hanjun on Jun.12, 2010, under Motorcycle
빅스쿠터의 가속력에 대한 이상한 글들이 많아서 써봄. 인터넷에선 배기량 500cc 이상 빅스쿠터의 가속력이 400cc 수동기어 바이크와 비슷하다던가 초반 몇초 동안은 600cc 스포츠바이크와 같이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 생각에 이런 헛소문이 많아진건 빅스쿠터를 타는 사람들이 제대로 스타트를 할 줄 모르는 저배기량 매뉴얼 바이크와 길에서 대충 몇번 붙어보고 엉터리 자신감을 가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사실 빅스쿠터는 구동방식의 특성상 극초반에 잠깐 삽질하다가 가속을 시작하고, 엔진의 파워는 엄청 약한데 차체는 더럽게 무겁다보니 속도가 60-80km/h 구간을 넘어서면서부터 다시 가속력이 현저하게 저하된다. 바꿔 말하면 전형적인 4스트로크 250cc 스트리트 바이크의 가속 느낌과 거의 흡사하다. 즉 평범한 4기통 2.4L 중형 세단하고 쿼터마일 드래그를 붙어도 초반에 잠깐 치고나가다가 점점 따라잡히면서 피니쉬라인 근처에서 추월당하고 이후 백미러의 점이 되어버리는 가속력이다. 제로백이 4초네 5초네 하는데, 빅스쿠터들은 80km/h 정도부터 정말 느리게 가속하기 때문에 어림도 없는 소리다. 실제 내가 타봤던 Burgman 650과 TMAX(머플러 정도를 바꾼)의 제로백은 7초대 정도밖에 안되었다. (Burgman 650이 TMAX보다 근소하게 빠르긴 하지만, 솔직히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다) 그러니 비교적 평범한 4T 250cc 바이크와 붙어도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고, 20년 전에 굴러다니던 4T 250cc 스포츠 바이크들(CBR250RR 같은)에겐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2T 250cc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왜 400cc나 600cc 같은 개소리가 나오는걸까? 드래그를 많이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누가 1~2초만 먼저 출발해도 차량 성능이 정말로 압도적으로 (적어도 제로백 2배 차이 이상의) 우월하지 않은 이상 순식간에 다시 추월하기가 쉽지 않다. 제대로 붙었을때 쿼터마일에서 열대 이상 거리 차이가 나는(바꿔 말해 떡실신 당하는) 차량간의 대결이라 하더라도, 느린차가 1초만 먼저 출발하면 진짜 엄청 많이 가야 겨우 추월할 수 있다. 그런데 매뉴얼 바이크는 출발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타면, 초반에 1~2초 정도를 그냥 허공에 날려버리는 효과가 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400cc 바이크들은 가속력이 빅스쿠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걸 타고 일단 초반에 삽질을 해버리고 나면 금방 추월해버릴 수가 없다. (게다가 시내에서는 400m라도 꾸준히 가속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더더욱 추월이 힘들다)
원래 빠르게 출발을 하려면 RPM을 순간적으로 10k 정도로 올림과 동시에 클러치 레버를 빠르게 릴리즈 해야 한다. 이렇게 출발하면 RPM 게이지가 점점 떨어지면서 대략 4~6k RPM쯤 클러치가 완전히 미트되고 8~10k RPM을 넘어서면서부터 윌리를 동반하는 본격적인 가속이 시작된다. (리터급 기준이고 배기량이나 기종에 따라 구체적인 수치는 약간씩 차이는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링 혹은 5k RPM 이하의 상당히 낮은 RPM에서 클러치를 일단 미트시키고, 한박자 기다렸다가 스로틀을 개방하는 식으로 가속한다. 이렇게 하면 클러치를 얼마나 빨리 붙이고, 얼마나 빠르게 스로틀을 완전히 개방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0.5초에서 많게는 2초 정도를 날려먹는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느릿느릿 클러치를 잡아가며 쉬프트업을 한다던가 스로틀을 제대로 풀개방하지 못하는 삽질까지 추가되면 원래 제성능보다 쿼터마일 기록이 3초쯤 늦어지는건 흔한 일이다. 3초가 별거 아닌것 같지만 소나타와 911 Carrera가 3초 차이고, 911과 Veyron이 3초 차이다.
물론 나는 Burgman 650랑 TMAX (신형/구형)만 몇번 타본거니까, Gillera GP800은 조금 더 나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암만 Gillera GP800이라 하더라도 잘해야 4T 250cc 스포츠바이크 정도의 성능일것 같고, 400cc를 잡는건 무리일거라고 생각된다.
후륜 구동
by Hanjun on Nov.22, 2009, under Car
후륜 구동 차량들은 눈이 오면 완전히 쥐약이고, 전륜 구동은 후륜보단 낫지만 무적의 4륜보다는 못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런 현상은 현실 세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고, 부분적으로는 사실인 진술이기도 하다. 많은 수의 고출력 후륜 차량은 눈이 쌓인 도로에서 정말 황당할 정도로 언덕을 잘 못올라가고, 제대로 출발하지 못한다. 가장 심한 차량들은 눈으로 봤을때 거의 경사가 없는 도로임에도 계속 바퀴가 헛돌면서 출발을 하지 못해 결국 후진해서 다른길로 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많은 7er과 S들이 휘문고, 경기고 언덕과 같은 곳에서 자빠지는걸 보고 후륜은 눈길에 쥐약이라는 명제를 아무 의심없이 진리로 받아들였다. 후륜 구동이 특성상 전륜이나 사륜구동보다 구동바퀴가 ‘약간’ 잘 미끄러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차들이 언덕을 못올라가는 이유가 전적으로 구동바퀴가 뒤에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타이어다. 원래 전륜 차량들은 출력이 일정 이상ㅡ이전엔 230마력이 기준점이었고, 현재는 그 한계를 300마력 정도로 본다ㅡ으로 높아지면, 스로틀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때 심한 토크스티어가 발생하면서 조향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또 전륜구동 차량은 특성상 초반 가속력이 형편없고, 이를 개선시킬 방법도 없다. 차가 가속을 하게 되면 자연히 하중이 뒷바퀴로 실리게 되는데, 이 때 전륜 구동차는 구동바퀴의 하중이 낮아지면서 바퀴가 헛돌아버리니 출력이 아무리 높아져도 초반가속력엔 보탬이 안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전륜차는 고출력 차량이 없다. 바꿔 말하면 차량의 최고속도가 낮다는 말이고, 또한 차들이 느리게 다닌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제조사가 이런 차량에 비싼 고성능 타이어를 붙여줄 이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사의 전륜차에 사계절용 ‘경제성’, ‘승차감’, ‘소음’ 위주의 타이어를 기본으로 장착한다.
하지만 후륜 구동 차량들은 조향과 가속을 서로 다른 바퀴가 담당하고, 가속할때 구동바퀴에 하중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출력의 한계점이 훨씬 높다. 그래서 고출력 차가 많다. 바꿔 말하면 빠른 속도로 다니는 놈이 많다는 이야기고, 코너에서도 빠르게 다니는 놈이 많다는 이야기다. 결국 성능(dry grip)을 최우선목표로 하는 고성능 타이어 장착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출력 차량들은 기본 OE 타이어부터가 ‘여름용’ UHP 타이어다. 그런데 이 여름용 UHP 타이어는 몇가지 특성들이 있다. 하나는 컴파운드의 성능이 비교적 고온에서만 제대로 발휘된다는 것이고(반대로 저온에선 성능이 급격히 낮아진다), 또 다른 하나는 트레드가 굉장히 넙적하고 얇다는 것이다(눈길에서는 작고 뾰족한 트레드가 많아야 눈을 파면서 제대로 굴러간다). 즉, 여름용 UHP 타이어는 눈길에서 구동 방식과 관계 없이 굉장히 미끄럽다. 전륜차나 사륜차에 여름용 UHP 타이어를 끼우고 눈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아보면, 한도끝도 없이 직진만 한다. (ABS가 있으면 바퀴가 그냥 계속 굴러가버리고, ABS가 없으면 바퀴가 멈춘채 그대로 직진한다. 어느쪽이든 감속G는 매우 미미함) 정지만 안되는게 아니라 조향 능력 역시 매우 감소한다. 구동방식에 따라 상황에 차이가 있는건 출발할때 정도 뿐이다.
하지만 전륜차에 UHP 타이어를 끼웠을 때보다, 후륜차들이 조금 더 잘 미끄러지는건 사실이다. 이건 타이어 사이즈가 커질수록 눈길에서 쉽게 미끄러지는 것과 어느정도 관계가 있다. 고온 건조한 노면에선 일반적으로 contact patch가 넓을수록 접지력도 높아지지만, 눈길에서는 contact patch가 넓을수록 단위 면적당 압력이 약해지면서 눈속으로 제대로 파고들지 못해서 오히려 접지력이 떨어진다. 전륜구동 차들은 보통 기본 타이어가 커봐야 245/50R18 정도다. 하지만 후륜차는 고출력 세단에서 275/35R20 정도를 흔히 찾아볼 수 있고, 스포츠카에 세계에선 325/30ZR19 같은 타이어도 널리 사용된다. 타이어가 훨씬 더 크다보니 당연히 더 잘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전륜차엔 이런 타이어를 끼울만한 림폭을 가진 19~20″ 휠이 잘 안나오고, 맞는게 있다 해도 보통 안들어간다) 그 외에도 후륜차들은 일반적으로 배기량이 크기 때문에 스로틀을 살짝만 열어도 강한 토크가 걸려서 비교적 쉽게 미끄러지는 것도 있다. 국산 핫바리 전륜차는 1500rpm 토크가 100Nm도 안되는데, 고배기량 후륜구동 세단은 750~1000Nm쯤 된다.
참고로 예전에 눈오는날 RS6을 타고 강원도에 간적이 있는데, 아우디가 스노우 슬로프 등반 광고로 자랑해왔던 기계식 콰트로 시스템도 275/35R20 사이즈의 P Zero 앞에서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주차장에서 나오는 약간의 언덕(지하주차장도 아니었다. 그냥 실외주차장 출구의 미묘한 경사로)을 못올라가서 수십미터나 뒤로 가서 탄력을 받아 겨우 올라갔고, 겨우 올라가고 나니 이번엔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추지 않고 계속 직진해서 보도블럭과 충돌 직전이 되서야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본격적인 언덕이 나오고 부터는 내리막길에선 ABS가 작동하면서 전혀 속도가 줄지 않았고, 오르막에선 계속 사선으로만 움직이는 패턴의 반복. 도저히 운행할만한 상태가 아니라서 결국 대구에서 네바퀴 뜨는 렉카를 불러서 대구까지 싣고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했었다. 근데 눈길에 아우디를 떠서 싣고 산길을 내려간 렉카차는 후륜구동이었다.
관세
by Hanjun on Aug.10, 2009, under Barrel
오늘은 자동차에 붙는 세금이 없어지면 수입차 가격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알아보겠음. 표에 나오는건 좌측부터 순서대로 모델명, 해당 차량 깡통 모델의 미국내 Invoice 가격(자료가 없으면 MSRP*), MSRP에 한국 수입 버전과 최대한 비슷한 옵션을 붙였을때 가격, 한국 가격, 한국옵션 차량에 관세 제외시, 한국옵션 차량에 관세+특소세 제외시, 한국옵션에 관세+특소세+부가세 제외시, 관세+특소세+부가세 제외시 깡통 모델 가격(세금제외한국가격/동일옵션미국가격*깡통미국가격)임. 미국 가격을 한화로 환산할땐 환율 1224KRW/USD을 적용했음.
1년 전과 비교했을때 환율이 많이 올랐는데, 2009년이 되어도 차량가격은 그렇게 오르진 않았다. 그래서 이제 세금을 빼면 우리나라 가격이 미국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인 차량이 꽤 많다. (모든 세금 제외 가격과 한국 옵션 붙였을때 MSRP를 비교할 것) 상당히 크게 바가지 씌우던 모델들 조차도 요즘엔 한미간 가격 차이가 거의 없고, 마진을 별로 안남기던 모델들은 한국 가격이 훨씬 더 싸다. 이제 세금 34.2%를 붙이고도 오히려 더 싼 모델도 있다.
업체마다 환율변동분을 가격에 반영한 정도는 조금 다르다. 1~2년전 엔화 가치가 한창 추락하던 시절 과거의 비싼 가격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던 렉서스의 경우 이번에 가격이 비교적 소폭 상승했고, 혼다처럼 빠듯하게 저가차 위주로 수입하던 회사들은 가격을 많이 올렸다. 그런데 일본차의 경우 차량을 미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서, 미국에서는 비교적 엔고 영향을 덜 받았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가격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던 차량들이 오히려 더 불리해진 경우도 꽤 많다.
아무튼 지금은 현재 환율 기준으로 해외가격보다 딱히 비싸다고 할만한 모델이 별로 없다. 전통의 바가지 한성이 그나마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고, 그 외엔 아주 비싼 차량들 정도. 대부분은 세금 감안했을때 굉장히 싼편이니까 이제 아까워할거 없이 달리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