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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쓴 빌게이츠
by Hanjun on Apr.24, 2008, under Barrel

빌게이츠가 휘트니 고교 졸업생들에게 인생충고 10가지를 연설했다는 소문도 널리 퍼져있다. 이는 말보로 이야기와는 다르게 미국과 한국. 양국 모두에서 널리 퍼져있는 소문이다. 그러나 이 링크를 참조해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란걸 알수 있다.
사실 Charles Sykes라는 사람이 쓴 책 “Dumbing Down our Kids”에 적혀있는 것이라고 한다. 동기부여를 직업으로 하는 Charles J. Sykes가 자신의 책에 적어놓은 찌질한 리스트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책엔 14개의 룰이 적혀있다) 빌게이츠가 직접 한 연설이 아니란걸 알고 나서, 다시 연설문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본다면, 빌게이츠가 썼다고 보기엔 찌질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란걸 발견할수 있다.
Rule 3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장 $40,000 이상의 연봉을 받거나 카폰달린 차를 타고 다니는 부사장이 될 가능성은 없고 심지어 갭 라벨조차 없는 (브랜드 없는) 유니폼을 입어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빌게이츠는 하버드를 2학년때 때려치고 (결국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Microsoft를 창업해서 사장이 되었으며, 창업한지 20년이 채 못되었을때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나이가 되었다. 자신의 인생이 이런데, 학벌에 연연하라는 충고는 넌센스가 아닐까?
Rule 4에선 학교 선생이 짜증나게 구는건 직장 상사에 비하면 상대가 안된다고 적혀있다. (고로 선생이 조금 짜증난다고 학교를 중퇴하지말고 열심히 다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빌게이츠 인생에 언제 ‘직장 상사’가 존재했었나?
Rule 11을 보자. Rule 3과 비슷한 내용인데. 나이먹고 나면 학창 시절 찌질이였던 사람 밑에서 일하게 될수도 있으니 잘 대해 주라고 한다. 그렇다면 학교 학업보다는 다른데 더 관심이 있었던 빌게이츠는 지금 찌질이 밑에서 일하고 있나?
ps. 빌게이츠 연설문 한국판은 이상하게도 10개의 규칙밖에 없다. 최초 번역자가 번역 능력의 한계 때문에 Rule 7을 슬쩍 빼버렸고, 그것이 여기저기 유통되면서 10가지 규칙이 되버린듯.
ps2. 빌게이츠가 1981년 ’640kb이면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메모리 용량이다’ 라고 말했다는 소문도 널리 퍼져있다. 이것도 미국과 한국 모두에 널리 퍼져있는 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어떤 유머글의 마지막 부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빌게이츠가 쓴 또다른 누명중 하나이다. 다음은 US NEWS의 빌게이츠 인터뷰 자료.
Q. Did you ever say, as has been widely circulated on the Internet, “640K [of RAM] ought to be enough for anybody?”
A. No! That makes me so mad I can’t believe it! Do you realize the pain the industry went through while the IBM PC was limited to 640K? The machine was going to be 512K at one point, and we kept pushing it up. I never said that statement–I said the opposite of that.
게이츠
by Hanjun on Jan.29, 2008, under Barrel
빌&멜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의 자산 규모는 300억 달러 수준이다. 버핏이 조만간 300억 달러를 더 부어 줄테니 자산 규모는 곧 600억 달러가 될 것이다. 이런 기부의 행렬이 이어진다면 머지 않아 재단의 자산 규모는 1000억 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 게이츠는 이 돈으로 각국의 가난뱅이 들에게 책과 의약품 그리고 집을 사줄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구상엔 가난뱅이들이 죽어가는 것보다 훨씬 크고 시급한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현대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석유 에너지가 점차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낙관론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콧방귀를 뀌며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1970년대의 비관론자들은 21세기가 되면 우리가 기름 냄새 조차 맡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떠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 했다. 하지만 2008년이 된 지금까지도 1리터의 휘발유로 3km 밖에 주행할 수 없는 차량들이 수십 종류나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지 않은가?”
일리가 있는 소리이긴 하다. 기름이 희귀해 지면 자연히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판매 가격이 올라가면 그 동안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캘 수 없었던 기름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될테니, 생각보다 오랜기간 동안 기름이 완전히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각국의 거대 정유회사들이 북극에 묻혀 있는 비싼 석유를 파 내어 시한 폭탄 타이머가 돌아가는 속도를 잠깐 늦춘 동안, 성공적으로 경제성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 내어 새로운 에너지 시대로 무혈 입성하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생각만큼 그리 순탄치 않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핵미사일이 여기 저기로 날아다니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낙관론자의 전망처럼 최소한 향후 30~50년 정도는 석유 경제가 유지된다면, 이런 폭력적인 사태 없이 새로운 에너지를 기반으로 경제가 재편될 시간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석유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가까이에 있다.
GM은 반세기 동안 미국 스포츠카의 아이콘이었던 콜벳을 단종시켜야 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는 강화될 미국의 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규정 때문인데, 2020년 부터는 판매되는 차량의 평균 연비는 35mpg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콜벳은 빠르고 저렴한 FR 차량이다. 이 때문에 리베이트를 전혀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많은 수의 콜벳이 판매된다. 매년 5만대 가까이 판매 되는 차량의 연비가 19mpg밖에 안된다면, 250만대의 또 다른 연비 나쁜 차량들도 판매해야 되는 시보레로써는 골치거리일 것이다. 현재 GM은 Vette를 소량만 판매되는 고가의 MR 차량으로 컨셉트를 전환하여 평균 연비에 미치는 타격을 줄이는 방안과 아예 로드맵에서 삭제해 버리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GM 뿐만이 아니란 것이다. 마구잡이로 흥청망청 고급유를 먹어대는 차들의 전성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유로밀리언즈 1등 상금 3천억원을 독식 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우스를 타고 시속 105마일로 달리는 것이 고작인 세상이 당장 10년 뒤에 찾아올 수도 있다. 나참 105마일이라니. 이 얼마나 재미 없는 세상인가?
또 다른 만만찮은 문제는 바로 기후 변화다. 기후 변화는 생각보다 큰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가장 보수적인 보고서를 보더라도,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수십년 내로 매년 수조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식량과 식수 부족으로 수십억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당장 배고픈 100만명에게 밥을 주기 위해, 자손들 수십억명을 희생시키는게 과연 올바른 일인가?
지금까지 가장 큰 지원을 받았던 연료전지 회사는 Ballard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포드가 주요 대주주이고, 90년대말 연료전지가 한창 주목을 받던 시절엔 주가가 150달러를 호가하며 잘나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연료전지 벤처 열풍이 사그라든 지금, 주가는 5달러 대로 떨어졌고 시가 총액은 6억달러에 불과하다. 6억 달러. 몇몇 정유기업에서 아제르바이젠의 석유 몇 방울을 캐기 위해 80억 달러를 투자한 것을 생각해 보라. 거대 자동차 기업들이 기존 내연기관 엔진을 개량하기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의 연구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라. 주머니의 잔돈만도 못하다.
겨우 이 정도 돈이 투자되고 있으니 후속 에너지원들이 빠른 속도로 상용화될 수 없다. 엄청난 규모의 재정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시기적절하게 차세대 에너지가 보급될 수 있다. 물론 고작 100조원 정도의 푼돈으로 차세대 에너지원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게 불가능한건 사실이다. 미국 전역의 주유소에 수소 공급기를 설치하는 것만 해도 이 보다 더 많은 비용을 필요하니까. 하지만 차세대 에너지원의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보여 주기엔 충분한 액수이다. 이 돈으로 연료전지의 대량 생산을 시도해서 가격이 현실적인 수준으로만 떨어뜨릴수 있다면, 후속 투자는 얼마든지 이어질 것이다.
물론 이런 대규모 경제지원 없이 시장경제논리에 맡겨두더라도 언젠가는 진척될 일이긴 하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봐라. 네가 만약 엑손모빌, BP, 로얄더치쉘, 코노코필립스, 쉐브론, 토탈 같은 회사의 사장이라면. 회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수백조원 가치의 기존 에너지 인프라들을 놔두고 불확실한 차세대 에너지에 올인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일까? 아니면 그 수백조원 상당의 자산들을 바탕으로 어떻게든 돈을 더 쥐어짜내다가 어쩔 수 없는 순간이 다가왔을때 그제서야 차세대 에너지로 넘어가는 것이 올바른 경영인가?
시장은 제때에 일을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이츠 형이 나설때다. 형. 미래엔 천마력을 내는 16기통 내연기관을 장착한 차량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건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러나 40마력짜리 전기차를 타고다니는 현실은 너무 암담하잖아? 돈을 여기에 좀 풀어달라고. 앞으로 16개의 모터를 장착해서 2000마력을 내는 연료전지 자동차가 나올 수 있게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