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cycle
잘타는 사람
by Hanjun on Aug.26, 2010, under Motorcycle
오두바이를 잘(여기서 ‘잘’이란 빠르게를 의미함) 타는 사람과 못타는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꼽자면 뭐가 있을까? 당연히 랩타임이 가장 좋은 계측 도구이지만, 랩타임은 아무래도 차량빨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는 요소이기 때문에 암만 잘타는 사람이라 해도 CBR125R을 타면 답이 없다. 어느정도 타는 사람이라면 (즉 다수의 완전 못타는 사람만 아니라면) S1000RR을 타고 고수의 CBR125R을 추월하는건 쉬우니까. 린 앵글 같은건 더더욱 의미가 없다. 못타는 사람은 암만 행오프를 하고 무릎을 긁어도, 옆차선에서 잘타는 사람이 straight up으로 추월해 지나가니까.
물론 린 앵글도 기준을 60도 정도로 매우 높게 잡으면 의미가 있긴 하다. 하지만 60도라는 린앵글은 이미 타이어의 스펙상 최대 린앵글(통상 50-55도)를 초과하는 값이고, 아무리 스포츠바이크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눕혀버리면 여러가지 바이크 파츠가 땅에 닿아 버린다. (바꿔 말하면 바이크별 편차가 크다. 어떤 바이크는 순정에서도 59도까지 기록이 가능한데, 동급 타바이크는 52도를 넘기면 무조건 넘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정적으로 이건 내가 말하려는 잘타는 사람보다 훨씬 범위가 좁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수행할 수 있는 수치라는데 문제가 있다. 유명 선수가 레이싱바이크를 탔을때를 제외하면, 사실상 자빠지지 않고 60-70도의 린앵글을 기록할만한 속도를 낸다는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가장 심플하고 정확한 단일 기준은 역시 Flick-Rate가 아닐까 싶다. Flick-Rate는 바이크를 기울이는 속도를 말하는 것인데, 주로 deg/sec 같은 단위로 표기하고 몇몇 Accelerometer나 바이크용 데이터 로거로 기록할 수 있다. Flick-Rate는 랩타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코너통과시간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뭉뚱그려 말하자면 빠르게 눕힐 수 있는 사람은 강한 선회력 덕택에 코너링을 빠르게 끝마칠 수 있고, 그 결과 탈출속도가 큰 폭으로 올라가서 랩타임이 단축되는 식이다. 높은 Flick-Rate를 얻기 위해선 단순히 적극적인 카운터스티어링을 사용하는 것으론 부족하고, 복합적인 일련의 조작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린앵글이 급격하게 커질때 겪게 되는 옆으로 풀썩 쓰러지는 듯한 느낌(과 공포감)에 무덤덤해져야 한다. 이런 부분을 단련하는덴 시간이 꽤 걸리기에 빠른 Flick-Rate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기준은 어느 정도가 적합할까? 내 생각에 일반적으로 Flick-Rate가 80-90도/초 혹은 그 이상이 나온다면 잘타는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 비교하기 위해선 바이크에 데이터 로거를 설치하고 달려보는게 가장 정확하지만, 사실 Flick-Rate는 베이스라인으로 삼을만한 빠른 Flick-Rate를 가진 사람을 몇번만 봐도 그 뒤부턴 눈대중으로 꽤 정확하게 짐작할 수 있다. 주말에 와인딩 코스에 가보면 무릎은 땅에 닿긴 하지만 앞에서 걸리적거리는게 짜증날만큼 느린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는데, 아주 간혹 따라가기가 다소 힘들만큼 빠른 사람도 존재한다. 이런 사람들 뒤를 밟아보면 쉽게 느낄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보다 눕히는 속도가 눈대중으로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만큼 빠르다.
PCX First Impression
by Hanjun on Jun.18, 2010, under Motorcycle
오늘은 PCX에 대한 간단한 소감. 사실 나오기 전에는 14″ 휠에 대해서 상당한 기대를 했었다. 이전의 GSR NEX 간단 소감 글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빅스쿠터를 제외한 모든 스쿠터들은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면이 고르지 않은 곳 ㅡ수많은 땜빵과 맨홀 그리고 공사구간 등ㅡ 에서 주행할 경우 차체가 지랄발광을 떤다. 안그래도 앞뒤에 장착된 서스펜션이 모두 모양만 흉내낸 모조품이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한다거나 타이어를 노면쪽으로 계속 밀어주는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데, 휠 크기까지 10″ 정도밖에 안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것 같았다. PCX는 휠이 14″니까 이런 부분에서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어느정도 기대를 했었다. 물론 헛된 생각이었다.
지금 와서 느낀거지만, 스쿠터가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주행할때 타이어가 수시로 허공에 뜨고 탑승자에게 충격을 고스란히 전해 주는건, 소형휠의 영향도 아주 약간은 있었던것 같긴 하다만 핵심은 허접한 서스펜션 때문이었던것 같다. PCX는 휠만 키웠을 뿐이고, 서스펜션은 다른 염가형 스쿠터와 똑같이 허접한걸 달고 있다. 결국 PCX도 NEX보다는 아주 약간 낫긴 하지만, 근본적으론 같은 양상을 띈다.
탑재된 잡동사니 기능들도 쓸모가 있는건 별로 없다. 연료캡과 트렁크를 버튼으로 열 수 있게 해준건 좋은데, 버튼의 작동감이 너무 안좋아서 제대로 열렸는지 안열렸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아이들링 스탑은 딜레이가 너무 길어서 도저히 못쓰겠다 이런건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굳이 또 써야할 필요를 전혀 느낄수가 없는 기능이라 항상 끄고 다니게 된다. 이걸 켜든 끄든 연비는 25km/l 정도로 NEX와 대동소이했다. 앞뒤 연동브레이크도 조금 짜증나는 물건이다. PCX의 CBS는 대형 바이크에서 흔히 보이는 앞브레이크를 잡았을때 앞뒤 모두 잡히는 방식이 아니라, 스쿠터에서 흔한 뒷브레이크를 잡았을때 앞브레이크도 살짝 잡히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근데 사실 뒷브레이크는 거의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내 경우엔 뒷바퀴를 락시켜서 가지고 노는 용도로만 쓰고 있는데, PCX에서는 뒤만 잡아도 앞이 같이 어느정도 잡혀버리다보니 속도가 많이 줄어서 이것저것 하기가 안좋다.
가속이나 브레이크는 전형적인 125cc 스쿠터 수준인데, 브레이크는 약간 좋은 편이고 가속이나 최고속도는 좀 느린편이다. 특히 최고속도는 105km/h 정도부터는 리미트가 걸렸는지 아예 안올라간다. 코너는 다른 스쿠터랑 비슷하다. 별로 안눕혀도 이것저것 땅에 닿는 부위가 생기고, 힘이 없으니 오르막이면 애당초 코너타고 자시고 할만한 속도 자체가 안나옴. 계기판엔 타코미터랑 시계가 없어서 짜증난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덩치에 비해 트렁크가 좀 작은편이다. NEX보다 확실히 작은것 같음. NEX는 일단 첫번째 풀페이스 헬멧 넣을 공간만큼은 확실했는데, PCX는 첫번째 헬멧 자리가 이상해서 헬멧 모델에 따라서 들어가는것도 있고 안들어가는것도 있다. 이게 제일 병신같은점임. 스쿠터 탈때마다 일일히 헬멧 집어들고 나가느니 안타고 만다. 그리고 조금 무거워서 그런지 윌리가 좀 힘들게 되고, 짹도 잘 안된다. 허리도 똑같이 아픔.
여기까지가 단점이고, 장점도 몇가지 있긴 하다. 일단 NEX에 비하면 기본 품질이 좀 나은것 같다. NEX는 시동성(특히 구입 초창기)이 상당히 거지같았고, 계기판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으며, 리어 서스펜션의 스프링은 댐퍼랑 접촉해서 끊임없이 갈려나갔다. 킥스타터는 한번 썼더니 휘어버렸다. 전반적으로 최저 품질 수준으로 제작된 중국제 부품들이 깍여나가면서 간신히 굴러가고 있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PCX는 이런 면에선 확실히 좀 낫다. 그렇다고 아주 품질이 좋다는건 아니고 그냥 NEX보다 조금 낫다는거. 또 다른 장점은 앞쪽에 개폐가 가능한 수납공간이 있다는거. 다른 스쿠터들도 앞쪽에 어느정도 수납공간이 있는 경우는 많지만, 도어가 없어서 달리다 보면 지갑이나 핸드폰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PCX는 아예 닫아버릴 수가 있으니 떨어질 염려도 없고 물도 안들어갈것 같다. 그 외엔 시동이 스쿠피처럼 좀 부드럽게 걸리고 헤드라이트가 약간 밝은 정도? 아참. 휠이 14″라 휠에 아부스 순대를 감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긴 하다. (NEX는 순대가 휠 사이로 안들어가서 서스펜션에 걸어야했었음)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활형 125cc들은 역시 도토리 키재기라는것. 그냥 모양이 마음에 드는걸로 사면 되겠다.
부품 가격
by Hanjun on Jun.17, 2010, under Car, Motorcycle
이전에도 관련 글을 몇번 올린적이 있지만(고급 차량 유지비, Ownership Cost 등등), 고가 브랜드의 완성차를 구입할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초기 구입 비용이 아니라 유지 비용이다. 유류비/보험료/세금도 유지비 상승에 어느정도 기여는 하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각종 부품 가격 때문이다. 고가 브랜드들은 안 그래도 비싼 부품을 더 많이 바가지 씌워서 팔기 때문에 부품 가격이 상당히 높다. 소모성 부품의 가격이 워낙 높은데다 수명은 더럽게 짧기 때문에 유지비용이 크게 올라가게 된다. 거기다 간혹 사고나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해야하는 경우 엄청난 견적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모터사이클은 사륜차에 비하면 거의 차이가 없는 분야이지만, 심심풀이로 1098R의 부품을 리테일 가격으로 하나씩 사서 직접 완성차를 조립한다면, 총 비용이 어느정도 들어가는지 알아보자. 일단 부품들을 조립하려면 공구가 있어야 하는데, Ducati는 조립 및 정비에 전용 공구를 요구하는 부분이 많다. 1098R에 필요한 모든 순정 전용 공구를 구입하는데는 $8,944가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한 공구들만 합산한 가격이고, DDS(Ducati Diagnosis System) 키트와 각종 배선, 센서들을 구입하려면 수천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공구를 전부 준비했다면 이제 부품들을 주문할 차례다. 부품 가격을 부분별로 한뭉텅이씩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귀찮아서 잡다한 와샤나 스페이서, 부시, 스크류 등은 거의 제외시킨 가격임)
Gearchange Control $750 / Gearbox $2,413 / Clutch $3,461 / Clutch-Side Crankcase Cover $638 / Connecting Rods $10,226 / Cylinders-Pistons $6,109 / Timing System $2,593 / Filters and Oil Pump $624 / Crankcase Halves $6,481 / Water Pump-Altr-Side Crankcase Cover $1,742 / Electric Starting and Ignition $1,599 / Cylinder Head : Timing System $4,253 / Vertical Cylinder Head $16,971 / Horizontal Cylinder Head $16,953 / Oil Cooler $946 / Throttle Body $5,053 / Battery Support $2,190 / Electrical System $3,146 / Exhaust System $9,005 / Headlight & Instrument Panel $2,235 / Handlebars & Shock Absorbers $4,376 / Front Forks $4,919 / Frame $4,551 / Stand $484 / Clutch Control $486 / Front Brake $2,646 / Rear Brake $667 / Front and Rear Wheels $5,425 / Rear Wheel Axle $2,554 / Rear Subframe $1,493 / Number Plate Holder $355 / Rear Suspension $3,253 / Swingarm $2,693 / Air Intake – Oil Breather $773 / Radiator $1,734 / Cooling System $419 / Fuel Tank $3,267 / Fuel System $155 / Seat $6,027 / Headlight Fairing $3,217 / Fairing $4,987 / Evaporative Emissions Canister $230 / Accessories 102dB Kit $9,753
완성차로 샀을땐 4만달러도 안되는 바이크인데 (자잘한 것들을 제외한) 부품값을 합쳐보면 16만 달러가 넘어가 버린다. 공구와 공임, 누락된 부품값 등을 감안하면 약 5배쯤 차이나는 셈이다. 물론 원래 부품 단위로 팔게 되면 아무래도 재고 관리 및 유통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완성차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5배까지 비싸지진 않는다. 평범한 브랜드들은 통상 2~3배 전후 수준인 경우가 많다.
사실 1098R은 고급 브랜드와 일반 브랜드 간에 가격 차이가 얼마 안나는 모터사이클 쪽이라 부품 가격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진 않다. 하지만 사륜차 쪽에선 부품가격+공임이 완성차 가격보다 십수배씩 높은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래도 전체 판매량이 얼마 안되다 보니 각각의 개별 부품에 더 많은 관리 비용이 전가되어서 그런 면도 있지만, 사실 고객층에서 큰 불만을 보이지 않다보니 그냥 무작정 바가지를 씌우는 측면도 없지않아 있다. 더구나 한국 시장의 경우 안그래도 작은 시장이 더욱 작아진 셈이라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