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 PC
by Hanjun on Mar.03, 2010, under Barrel
ITX 플랫폼이 나오면서 일반PC에 비해 현저하게 전력 소모가 작은 저전력 PC를 구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나왔지만, 대부분 성능이 워낙 낮아서 Torrent 머신이나 파일 서버 용도로나 겨우 사용할 수 있었고, 웹서핑이나 동영상 재생 같은 아주 간단한 작업도 무리인 점이 많았다. 가장 극단적인 저전력 위주 시스템은 Mini-ITX 플랫폼의 Atom이거나 넷북이나 울트라씬 랩탑을 해체하여 일반 PC 케이스에 적당히 재조립한 것들인데, 24/7로 켜놓아도 전기 요금 변동을 체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소비 전력이 적긴 하다. (한달 내내 가동해도 고사양 PC 12시간 수준밖에 안된다)
일반적으로 Atom 기반의 시스템들은 Idle 40W / Full Load 50W 정도의 전력 소모를 보이는데 (Pine Trail의 경우 Idle 25W / Load 30W 전후), 풀로드 전력 소모가 60W도 안되다 보니 쉽게 DC-to-DC 구성이 가능하고 팬도 거의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사진 보기나 웹서핑처럼 매우 간단한 작업을 할 때에도 속도가 현저히 느리며, Dual Link DVI는 커녕 HDMI 1.3 포트조차 없는 놈이 부지기수이고, 사실 이런 포트가 다 있어봤자 어차피 1080p 동영상을 자유롭게 재생할 수 없었기 때문에 Torrent 시딩용 외에는 거의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일부 구성에서는 셋팅에 따라 간신히 x264 1080p 파일을 재생할 수 있으나 그래봤자 Flash Player 기반의 1080p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놈은 없다) 심지어 Apache+PHP+MySQL+vsftp 서버를 돌릴때 동시 접속자가 열명도 안되는 초저부하 환경에서도 종종 CPU usage가 치솟으면서 속도 저하가 체감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간단한 서버나 웹서핑, 동영상 재생 및 사진 보기(편집이 아님)용으로라도 활용할 수 있는 PC를 만들려면 G45+Wolfdale 형태로 가는 수밖에 없는데, 그럼 전력 소모가 Idle/Load 모두 Pine Trail 대비 2~3배 수준으로 늘어나버린다. (785G+Phenom 구성은 이보다 상태가 더 나쁘다) 물론 G45+Wolfdale도 별도 그래픽카드가 없다 보니 일반적인 PC방 수준의 저사양 PC 보다도 30~60% 정도 낮은 전력 소모를 보이는건 사실이다만, 그래도 이 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건 웹서핑, 파일서버, 동영상 재생, 사진 보기 따위 밖에 없다는걸 감안하면 사실 썩 좋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32nm(CPU)/45nm(GPU) 공정의 Clarkdale과 H55/H57 칩셋이 나오면서 저전력 PC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Intel은 여태까지 칩셋 공정 미세화에 소홀한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서 칩셋의 발열이 워낙 심해지다보니 공정 미세화에 어느정도 성의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1156 시대에 접어들면서 3칩 구성을 버리고 2칩 구성을 도입했고, Clarkdale은 CPU에 45nm 그래픽 코어까지 MCM 형태로 내장되면서 H55/H57은 구시대의 칩셋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전력 소모를 자랑한다. CPU는 공랭 쿨러로도 4GHz 중후반, 수냉이면 5GHz까지 내다볼 수 있는 수준이니 전력 소모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참고로 듀얼코어 3GHz Clarkdale은 공랭 쿨러에서도 겨울엔 Idle 10℃ / Load 28℃ 같은 황당한 온도를 볼 수 있다)
직접 i5/i3 Clarkdale + H55/H57 시스템을 몇개 사서 돌려본 결과 SSD+저전압 환경에서 Idle 전력 소모를 최대 20W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는 Pine Trail보다도 약간 낮은 수준이다) Full Load 환경에서도 전력 소모는 60W를 살짝 상회하는 정도로 구형 Atom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Atom보다는 훨씬 더 빠르다. Atom은 워낙 느리기 때문에 아무리 나온지 6년쯤된 CPU를 장착한 컴퓨터에 단련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써보면 너무 느려서 수시간내로 홧김에 컴퓨터를 파괴하고 마는데, Clarkdale 시스템은 게임을 할 수 없고(근데 스타2는 최저 옵션에선 돌아가긴 한다), GPGPU 프로세싱이 불가능하며, 동영상이나 사진 편집할때 느리다는 것 외에는 풀로드 1000W 이상 급의 고사양 최신 PC와 별 차이가 없다.
집에 컴퓨터가 다수 있으면 아무래도 홈서버가 반드시 필요한데, 신형 i5/i3 Clarkdale은 그런 역할로 사용하기에 상당히 좋은것 같다. 이제 SATA3 수준의 속도를 내는 무선 네트워크와 1Gbps FTTH만 보급되면 지금까지 컴퓨터를 쓰면서 불편했던 점들이 거의 없어질 것 같다. 1Gbps는 올해부터 보급된다고 하니 802.11n 후속 규격만 빨리 확정이 되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