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 Paradiso

한국인은 머리가 좋다

by Hanjun on Oct.31, 2008, under Barrel

한국인은 젓가락을 쓰기 때문에 식사할때 포크나 손 따위를 쓰는 다른 열등한 민족보다 머리가 좋고, 한국민의 평균 IQ는 106으로 전세계 국가 중 2등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미신 중 하나다. 이런 믿음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일까? Richard Lynn과 Tatu Vanhanen이 집필한 책 IQ and the Wealth of Nations에 실린 멋진 도표 하나가 이런 미신을 뒷받침해주는 유일한 증거다. Lynn과 Vanhanen은 각국에서 실시된 IQ 관련 연구 184개를 읽고 분석하고 평균을 내서, 81개국의 평균 IQ ‘추정치’가 적힌 도표를 만들었다. 어쩌다 보니 이 도표가 한국 기자의 눈에 띄었고, 결국 한국인 IQ가 전세계 2등이란건 대부분의 한국인이 알고 있는 상식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이 책에 대해선 길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한가지 예를 들어주고 넘어가겠다. 이 책의 도표엔 콜롬비아 사람들의 IQ 추정치가 88이라고 적혀있다. 이 추정치는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계산된 것일까? Lynn과 Vanhanen은 백인 십대 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던 연구 한개(그렇다! 단 하나다)를 참고로 했다. 이 연구엔 그들의 평균 IQ가 95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몇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이 연구의 표본 집단이 바로 ’50명’의 ‘백인 십대 소년’이라는 점이다. 콜롬비아 인구는 4200만명이고 그곳엔 백인,흑인,인디언 그리고 물라토들이 있다. 물론 전 인구가 10대 소년도 아니다. 그런데 사실 원본 연구의 신뢰도는 부차적인 문제다. 95가 88로 보정된 과정이 더 문제다. 왜 연구에선 95라고 했는데 추정치론 88을 적어놓은 건가?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Lynn과 Vanhanen이 -7이 적당한 보정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문제다. IQ 테스트로는 웩슬러(어른용 WAIS, 아동용 WISC, 유아용 WPPSI)와 Raven Progressive Matrices, Stanford-Binet Test, Binet-Simon Test, Cattell Culture Fair III등이 있는데, 웩슬러와 레이븐이 가장 널리 쓰인다. 그런데 웩슬러 테스트의 경우 시험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결함 때문에 국가간 IQ를 비교할 수가 없다. 웩슬러의 언어영역이 바로 그 결함이다. 한국인이 영어로 된 웩슬러 시험을 본다면 ㅡ영어 실력에 따라 다르겠지만ㅡ 보통 개나 돼지만도 못한 IQ 점수를 받게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각국의 수험자들은 각자의 mother tongue으로 번역된 웩슬러를 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각기 다른 언어의 시험지를 동일한 난이도로 셋팅하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레이븐은 도형만을 대상으로 하니 이런 문제는 없다. 하지만 Binet 이후로 나온 모든 IQ 테스트들이 가진 공통점이 발목을 잡는다. 요즘 테스트들은 모두 편차를 바탕으로 지능지수를 매긴다. 다시 말해 피실험자와 같은 특징(주로 연령)을 가진 집단의 데이터를 쭉 뽑아서, 평균을 100으로 하고 표준편차를 15~24 (표준편차 값은 테스트마다 다르다)로 잡는 정규 분포를 만들고, 피시험자의 편차에 따라 점수를 알려주는거다. 즉, 평균은 100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국가별 IQ 테스트 평균값을 비교하는건 무의미하다. 어차피 다 100이니까.

그럼 국가별로 무작위추출로 수천명의 인원을 뽑아서 레이븐을 보게 하면 쓸만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저 책보다야 낫겠지만, 이 역시도 문제가 있는건 마찬가지다. 지능지수는 비슷한 집단간의 정규분포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연령과 관계 없이 마구잡이로 뽑아서야 제대로된 결과값을 얻을 수가 없다. (가령 2살 아기라면 180을 받을 수 있는 절대점수도, 20세에선 얼마 안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IQ에 대한 집착은 사실 정말 한심한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미국멘사에선 GRE, GMAT, SAT, LSAT, ACT 점수가 일정 이상이면 별도의 지능검사 없이 입회를 받아준다. (물론 돈은 받는다) 그런데 멘사에 가보면 MIT EECS 대학원생, 하버드 로스쿨 재학생, 스탠포드 학부생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다들 스타 트렉 이야기나 하는 낙오자일 뿐이다. (한국 멘사도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MIT나 하버드 로스쿨 재학생은 자신의 지적 우월함을 굳이 다른 방법으로 입증할 필요가 없다. 사실 SAT에서 1250점 (멘사 커트라인) 이상을 받는덴 지능보다 성실함과 의지력이 훨씬 더 중요하지만, 남들은 학교 이름을 보고 그 사람의 지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신의 부와 명예가 현실세계에서 상위 2% 안에 포함될것이 확실하고, 남들도 이런 사실을 다 알아준다면, 뭐하러 지능2% 멘사 회원증 하나 받으려고 매년 수십달러를 쓸까? 결국 이런건 낙오자들의 위안거리에 불과하다. IQ 106은 후진국민의 딸딸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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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for this entry:
  1. 지도카게

    머리좋은 애들이 왜 돈내고 멘사에 가입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 J.Min

    근데 왜 스타트렉 얘기를 하면 낙오자인지 모르겠네요.
    팬으로서 좀 섭섭한데요.

  3. jz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갠적으로 내셔널리즘을 많이 싫어해서 저도 ‘한국인 iq 106설’을 참 한심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태클 하나만 걸께용..

    저는 멘사에서 본 시험 결과가 iq 157 로 나와서 멘사 테스트에 통과했습니다.
    ( 가입비를 안내서 정회원은 아닙니다^^; )

    저는 어렸을 때 부터 남보다 머리가 좋다는 소리는 쭉 들어왔지만

    한번도 이걸로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가입비조차 안냈다는 것을 그 근거로 삼겠습니다.

    저는 sky 출신도 아니며 그냥 평범한 프로그래머입니다.

    살면서 딱한번 멘사 모임에 나갔는데요

    전혀 기이한 사람들의 집단이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냥 똑같죠. 카이스트 박사출신도 있고, 고졸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우월한 사람의 모임’ 이 아니라 ‘그냥 지능지수 높게 나온 사람의 모임’ 인겁니다.

    둘이 절대 같은게 아니죠. 동호회 정도로 보면 된단 뜻입니다.

    멘사에서조차, 성적이 가장 높은 iq분포는 130~140 이라고 이야기합니다. (147정도가 상위 2%입니다.)

    (물론 회원중에 ‘우월감’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어느 집단에나 찐따가 있듯 딱 고정도 분포로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명문대 생은 없더라”는 이유로 ‘낙오자 집단’으로 매도한게 제가 태클걸고 싶은 부분입니다.

    명문대생 아니면 다 낙오자 집단인지..? 흐흐

    “다들 스타 트렉 이야기나 하는 낙오자일 뿐이다. (한국 멘사도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요 한문장 태클걸려고 길게 남겨봤습니다.

    글쓰시다 그냥 좀 과장된 표현을 하신 것 같은데 제가 쓸데없는 태클을 건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윗분도 같은 느낌을 받으시고 리플을 다신 것 같아 저도 조심스레 달아봅니다.

    그리고 미국멘사는 GMAT 하나만 인정해줍니다.

    다만 성적이 상위 5% 안에 들어야 GMAT으로 멘사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iq테스트는 2%인데 GMAT은 왜 5%냐?
    이건 샘플의 분포가 GMAT의 경우 교육을 많이 받은 대학생 3~4학년들이기 때문이라네요.

    (출처:American Mensa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럼 이만.

  4. Hanjun

    자칭 준회원이 정회원에게 분위기를 설명해 준다는 것도 재미있고. 시그는 정회원만 참여가 가능한데 준회원이 무슨 모임에 나갔다는 건지도 궁금하고. 뭐 그러네요.

    스타트렉은 찌질함을 묘사하는 표현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고등학교를 마치셨다면 알고 계시겠지만, average 100/deviation 24의 정규분포의 경우 148은 상위 2.28% 이구요.

    ps. 미국 멘사에서 인정하는 시험 리스트

    California Test of Cognitive Skills, Differential Ability Scales (DAS), GCA, Otis-Lennon Tests, Otis-Gamma Test, Naglieri Nonverbal Ability Test (NNAT) Individual and Multilevel Forms, Stanford Binet, Stanford Binet 5, Woodcock-Johnson Test of Cognitive Abilities

    ACT Composite, GMAT, GRE, Henmon-Nelson, LSAT, Miller Analogies Test (MAT), PSAT (taken in junior year), PSAT (taken in senior year), SAT or CEEB

    AFQT, Army GCT, ASVAB, GT, Navy GCT

  5. jz

    리플이 공격적이라 쬬금 당황스럽군요…

    MIT EECS 대학원생도, 하버드 로스쿨 재학생도, 스탠포드 학부생도 아닌 ‘인생의 낙오자’가 작은 태클 걸어서 기분상하셨나봅니다.

    모임은 아마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했던걸로 압니다. 합격하면 한번 공짜로-_-; 나갈 수 있죠.

    정회원이셨군요.

    “지능2% 멘사 회원증 하나 받으려고 매년 수십달러를 쓸까?” <-본인도 해당되시는건가요?

    스타트랙은 관심없습니다. 아마 윗분에게 한 말이겠지만.

  6. Jung

    근데 지능이 높건 낫건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냥 확률이 올라가는 정도아닌가
    근데 그 확률이라는게 0.1%에서 0.3%정도로 올라간다는 생각만 들지?

  7. Hanjun

    어느 정도 노력하느냐 그리고 어느정도 성공을 바라느냐에 따라 다를것 같은데. 평생을 상위 0.01% 만큼 노력했다고 해서 400피트짜리 요트랑 보잉 787-9을 살 수 있게 되는건 아니지만, 1% 정도 되는건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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