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 Paradiso

제네시스

by Hanjun on Jan.13, 2008, under Barrel

스펙은 이만하면 그런대로 괜찮다.

일단 기본이 되는 파워트레인에서 기존의 현대차와는 다르게 별다른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타우 엔진은 꽤 괜찮을 정도다. V8 4.6L 타우 엔진은 레귤러 사용시 368마력, 프리미엄 사용시 375마력을 낸다. 경쟁 회사의 차량들은 딱 이 레벨의 트림(V8 4.5L 전후)들이 다 오래된 엔진을 쓴다. (렉서스는 08년식 GS460에 신형 LS460의 엔진을 달긴 했지만 342마력으로 디튠되서 숫자가 별로 멋지지 않고, INFINITI M45는 구형 Nissan Fuga에 올라간 VK45DE 엔진을 아직도 쓰고 있다!) 제네시스는 이 틈을 잘 치고 들어갔다. 신형 엔진이라서 스펙상으론 확실히 좋아보인다. 게다가 대부분의 고급차는 프리미엄 전용인데 반해 제네시스는 혼용이라 기름값도 적게 든다.

한국에 출시되는 V6 3.8L 람다엔진은 기존처럼 레귤러만 먹고 출력은 290마력으로 향상 되었다. 출력 뿐만 아니라 연비도 9.6km/L로 많이 향상되었다. 3.3L 람다도 262마력 (기존 3.8L 람다와 거의 비슷한 출력이다)에 연비는 두자리수! (10.0km/L) 연비를 보면 알겠지만 드디어 자동 6단을 달았다. 4.6 제네시스는 별도로 ZF 6단을 쓴단다.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느낌이 든다.

싸구려 한국 차가 더욱 싸보이게 만들었던 휑한 휠하우스도 235/50 R18 휠로 어느정도 극복했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은 했다) 항상 지적받아온 물침대 서스펜션도 개선되었다. 앞뒤 5링크 에어 서스펜션 정도 스펙이면 어디 가서 꿀리는 정도는 아니다. 후륜엔 진폭 감응형 댐퍼(Amplitude Selective Damper)도 달려있다. 대세를 따라 START/STOP 버튼을 달아준 것도 잘했다. 요즘 고급차엔 다 있는 버튼이니까.

옵션들도 풍부하다. 오디오도 Lexicon을 달았다. 유명세는 Mark Levinson이나 B&O보다 떨어지지만, 그래도 롤스로이스도 쓰는 회사니까 마케팅용으로 우수한 선택이다. 스피커 갯수도 17개로 충분하다. 에어백 갯수도 8개면 부족하진 않다. 요즘 대세인 조그다이얼 기반의 컨트롤 시스템도 DIS(Driver Information System)라는 이름으로 달아줬다. 근데 이름이 이게 뭐냐 BMW iDrive, Mercedes-Benz COMMAND System, Audi MMI. 이런 것좀 보고 이름을 짓지. 단순히 기능 설명식 작명을 하다니.

앞 차량과의 거리를 인식해서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요즘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옵션인데 현대도 달았다. 핸들을 좌우로 돌리면 헤드라이트 조사방향도 좌우로 돌아가는 어댑티드 헤드램프도 달았다. VDC나 액티브 헤드레스트도 있다. 파킹브레이크도 전자식이고, 웬만한 고급차라면 다 달려있는 타이어 공기압 센서도 달았다. 에쿠스에 달려있던 후진시 사이드미러가 내려가는 기능과 룸미러 반사율 자동조절 기능도 장착했다. 아참 iPod을 연결하여 DIS로 컨트롤 하는 기능도 있다.

종합해서 간단히 말하자면, 고급차에 있어야 할만한건 다 있다. 자동 주차랑 야간 적외선 디스플레이 정도만 없을뿐. 그러나 잘 생각해보자. 남들과 비슷하다는게 자랑할만한 것인가? 아니다. 남들보다 앞서야지 자랑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회사에서 스피커를 19개 달면 다른 회사에선 21개를 단다. 에어백을 11개 달아서 자랑하면 금세 다른 회사에서 에어백을 12개 달아서 자랑한다. 어느 회사에서 7단 자동변속기를 달면 이 회사에선 8단 자동변속기를 단다. 어느회사에서 전자제어 가변 에어서스펜션을 달면 경쟁사는 마그네틱 서스펜션으로 응수한다.

제네시스는 그러지 못했다. 앞서는게 없다. 아 하나 있다. 가격이 왕창 싸다. 깡통 차는 3만달러 밑에서 시작한다. 결국 비슷한 차를 싸게 팔아먹는 기존의 현대 브랜드의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조금 더 비싼 차에서 그짓을 똑같이 할 뿐이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너무 비싼차를 팔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차만 충분히 좋다면 한방에 비싸게 파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음과 같은 차가 2008년 06월에 출시된다고 생각해 봐라. 가격은 얼마가 적당할까?

V12 6.0L 하이브리드+터보차저+수퍼차저 740마력, 연비 13.9km/L, 9단 수동기반 자동미션, 에어백 18개, Linn SACD Player, B&O 스피커 28개, Delphi 전자제어 마그네틱 서스펜션, BBS 20인치 휠, Brembo 카본 브레이크, 고급 가죽, 6Blue-Ray Disc 체인저, 앞15″/뒤30″ 디스플레이, 자동주차, 차선감지, 그 외에 수없이 많은 새로운 (세계 최초) 장비들.

계측하기 힘든 부분의 (마감품질, 인테리어, 내구성, 핸들링 등) 품질도 위 스펙만큼 우수하다면, 미국에서 2.5억원 정도에 팔아도 다들 싸다고 난리를 칠거다. (S65 AMG도 2억이 안된다) 제레미 클락슨은 갑자기 현대 덕후로 돌변하고, 현대차는 단번에 최고급 차도 만드는 회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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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for this entry:

  1. 현다이 생퀴들 이번에는 안전장치들 옵션질로 장난안쳤더군

  2. Hanjun

    원래 고급차라는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패시브/액티브 세이프티는 장착하고 있어야 하니까.

  3. 고수민

    트랙백 따라와서 제네시스와 한의학 관련글을 잘 보았습니다. 찬성지지를 떠나서 상당한 내공(?)이 물씬 느껴지는 글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트랙백을 걸려다가 이리저리 방법을 연구하다가 결국 못알아내고 그냥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4. 뉴욕에서 의사하기

    현대 제네시스를 기다리는 미국인들…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처음 현대 제네시스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전인 2007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현대에서 코드명 BH의 후륜구동 대형 세단을 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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